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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이대은 - 해외유턴파를 위한 변명

대동사목 2022. 2. 14. 15:07

KT의 투수 이대은 선수가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이제 야구에 대한 열정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스타성과 빠른 구속을 겸비한 젊은 투수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이제는 그를 마운드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33살이라는 젊다면 젊은 나이에 은퇴를 선언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야구가 아니라 다른 일을 하겠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힌 것이야 말로 뭔가 야구계를 지켜온 기성언론을 불편하게 한 모양이다.

https://www.chosun.com/sports/sports_photo/2022/01/13/64MJKTZYP2EXI35IMODIAVQBR4/

3년 뛰고 은퇴라니… 전체 1순위 픽 날린 KT ‘이대은 리그’ 허무한 결말

3년 뛰고 은퇴라니 전체 1순위 픽 날린 KT 이대은 리그 허무한 결말

www.chosun.com

그나마 온건하게 쓴 기사 톤이 위와 같고...

받은 혜택에 비해 책임감이 없다는 다소 원색적인 비난의 기사까지 나왔다.

은퇴한 이대은을 향한 싸늘한 시선 (daum.net)

은퇴한 이대은을 향한 싸늘한 시선

은퇴를 선언한 전 KT 위즈 투수 이대은(33)이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심경을 전했다. 야구팬 반응은 싸늘하다. 이대은은 지난 13일 은퇴를 발표했다. 그는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부상으로 팬

sports.v.daum.net

내 개인적 생각을 떠나서, 야구팬 반응이 싸늘한 지가 일단 의문이다. 물론 KT 위즈 팬이야 너무 속상하겠지. 기나긴 암흑기를 보낸 LG트윈스 팬으로서, 1픽이 허망하게 날라갔을 때의 기분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뭐 한 두번 겪은 일이 아니니... 이제는 가끔 들어가서 화제 글 정도만 살펴보는 야구게시판에서도 격앙된 비판(비난)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이대은의 입장을 이해한다거나,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느냐 정도의 여론이 많이 느껴졌다.

거기서 여론을 형성한 대부분 사람들도 야구팬으로 아쉬운 심정이 없진 않았을 거다.

다만, 그들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이제 막 결혼한 33살의 가장에게 연봉 5천만원의 계약직 자리는 다소 가혹하다는 걸...
물론 해외 진출을 통해서 적지 않은 계약금을 받았던 선수이다. 그리고 아직은 투수로서 얼마든 재기를 노려볼 수 있는 나이이다. 구속 또한 딱히 떨어지지 않았다. 해외유턴 과정에서 KBO의 규정변경까지 있었던, 엄청난 기대를 모았던 전체 1픽인 것은 야구팬이면 누구나 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이미 큰 부상을 경험했던 투수가 힘든 재활과정을 목전에 두고, 연봉 5,000만원 정도를 제시받았을 때.. (아마도 올해는 5,000만원에서 삭감 제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해왔던 노력, 앞으로의 가능성을 떠나서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지 않나?

100억 짜리 계약이 여러 건 터지는 야구FA판이 화제라지만, 이대은 선수는 이미 33살, FA기준을 충족하면 이미 40살을 바라보게 된다. 사실상 대박계약도 불가능하고, 한 해 부상 없이 안정적으로 롱런한 기억도 최근에는 드문 선수가.. 이제는 그만두겠다고 한다면, 그 지친 마음이 난 느껴진다.

물론 지금까지 스포츠판에서는 그래도 악으로 깡으로, 끝까지... 이런 의지가 높이 평가받았다. 아니 현재도 그렇다. 실제로 은퇴할 나이에 첫 끝내기안타와 만루홈런을 기록하며 인상적인 한 페이지를 남긴 만년 백업포수 이성우 선수나, 37이라는 나이에 무모하다는 평을 뒤집고 FA계약에 성공한 허도환 선수를 생각하면, 더더욱 이대은 선수의 선택이 아쉽긴 하다.

하지만 이미 변해버린 사회분위기에, 자신의 노동의 대가를 공정하게 평가받지 못하면 실시간으로 항의하는 33살 MZ세대에게 고의적인 태업도 아니고, 연간 연봉계약을 위한 협상에서 은퇴를 택했다고 해서, 책임감이 없다니.... 국가대표로 출전해서도 최선을 다해 공을 뿌리던 모습을 기억하는 내겐 '무책임'이라는 표현은 다소 어색하다.

실제로 확인된 기사는 아니지만, 여러 썰에 따르면, 잘 생긴 외모와 인기 래퍼와 결혼한 스토리 등이 화제가 되어 이미 방송 출연 제안이 많았다고 한다. 스타성이 있는 스포츠스타가 방송에 출연하면, 그 수입에 있어서 너무 비교가 되어 박봉의 코치로 가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은 꽤 알려진 사실... 새로 가정을 꾸린 가장이 평생 해왔던 야구가 그리워도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죄가 아니다.

물론 앞으로 드래프트 시, 해외유턴파에 대한 가치는 더욱 낮아질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 이대은 정도 1군 무대에서 활약한 선수도 별로 없었고, 그나마 화제를 모았던 이학주 선수는 여러 잡음 끝에 겨우 트레이드 되어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가뜩이나 신인선수와 고참급 선수와의 기량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고민하고 있는 KBO에서 잇다른 해외유턴파의 실패는 기량에 대한 물음표를 더 크게 할 것이고... 성공확률이 아주 높은 것은 아니지만, 류현진, 김광현, 김하성 선수 등을 보면 국내리그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해도 포스팅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초고교급 투수로 기대를 모았던 장재영, 김진욱 선수가 고심 끝에 KBO를 선택한 것을 보면 해외진출 선수의 수준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 같지도 않다.

이대은 선수 은퇴가 이러한 해외유턴파 입지 축소를 가속화시키고, KT팬에게 큰 아쉬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상 그 그 이하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비난 받을 이유는 없는 선택이지.

아무튼.... 마지막으로 스포츠 기자분들에게 한 마디 전하자면,
여자배구에서 발생한 비극적 사건으로 네이버 등 포털에서 스포츠 기사 관련 댓글이 금지된 것은 분명히 순작용도 있고, 이제는 팬들간 소통형태가 SNS로 적극적으로 변하기도 했지만, 그러한 비난이 금지될 수록 기자들 스스로 표현에 신중을 기하고 여론을 면밀히 따질 필요가 있다. 체감한 여론이 팬들인지, 관계자인지, 특정 구단 사람들인지도 두리뭉실하게 표현하면서 그저 비난하는 조로 기사를 쓰는 것이 기자로서 '무책임'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