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기업은행은 선수계약 해지를 택했다.
IBK기업은행, 조송화와 선수계약 해지.."계약 위반 및 신뢰 관계 파괴로 계약 유지 불가능 판단" [오피셜] (daum.net)
어찌보면 예정된 수순이었다.
일부 게시판 여론을 보면, 모두 무능하거나 혹은 악의 축인 프런트 덕에 일이 이 지경이 되었다고들 하는데...
물론 프런트의 미숙한 일처리에 큰 원인이 있지만, 가장 일차적인 원인은 조송화 선수의 무책임한 행동이다.
1. 프런트의 잘못 - 무단이탈 선수의 조용한 하지만 시끄러웠던 복귀
그리고 프런트의 가장 큰 잘못이라면, 첫번째 무단이탈이 있었을 때, 조용히 넘어가길 바라면서 쉬쉬했던 것인데, 그 입장도 이해는 된다. 팀에서 손꼽힐 정도의 몸값을 받는 선수, 그것도 FA로 영입한지도 얼마 안되는... 그렇다면 어떻게든 가치가 더 떨어지지 않도록 안 좋은 소문을 막고 싶었겠지.
전에 박미희 감독이 우연찮게 인터뷰에서 흘린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송화 선수는 무단이탈이 처음도 아닌 모양이다. 그 때는 어떻게 조용히 넘어갔는지... 그리고 박 감독이 결국 이 이야기를 고의적으로 흘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기업은행 프런트는 이번에도 그렇게 조용히 넘어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런 프런트가 크게 잘못 계산한게 있었으니, 서남원 감독이 유하기는 해도 그렇게 물렁물렁한 사람은 아니라는 점이다.
2. 젊은 시절 서남원 - 다재다능 그 자체
기억에 서남원은 배구를 매우 잘하는 선수였다.
비록 실업배구에서도 강팀이라 하긴 어려운 금성-LG 소속이라서, 늘 열심히 해도 우승권 근접 밖에 못했고, 최고 전성기의 우승도전도 최강 한양대에 가로막혔지만, 그는 정말 다재다능했고 멋진 배구를 하는 선수였다.
90년대 초반, 아직 대부분의 선수가 서서 상대방의 코트로 서브하는, 서비스를 하던 시절이었다. 그 때 배구판에서 유일하게 스파이크 서브로 (혹은스카이서브라고도) 불렸던 지금의 강한 점프서브를 구사했다. 그런 점프서브를 구사할 수 있었던 선수는 현대의 노진수 선수와 더불어 두셋에 불과했다.
후위에 서면 리베로가 없던 시절에 엄청난 수비로 상대방을 괴롭혔고, 전위에서도 이동공격 등 다양한 공격스킬을 구사할 수 있어서, 2m선수 하나 가지지 못했던 금성이 그래도 현대에게 한두 세트를 빼앗아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작지만 다재다능했던 선수진 구성, 그 중에서도 서남원이었다.
특히, 외모와 달리 멘탈이 약해서 들쭉날쭉할 때가 많았던 세터 최영준과 달리 늘 흥분하지 않고 진지하게 경기에 임했기에 든든했고... 국가대표 경력도 화려하지는 않지만 있어서, 세계선수권대회에서였던가... 노진수와 더불어 후위에서의 신들린 디그로 그 당시에는 넘볼수도 없었던 유럽팀인 독일을 잡아낸 적도 있었다.
(*생각해보니 지금도 유럽팀을 넘볼 수 없는 건 마찬가지네... 명확하게 한국배구수준은 후퇴했다.)
서울시청을 거쳐서 금성을 이끌었던 약체팀의 차분한 에이스... 그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외소한 천재선수 난 이렇게 그를 기억한다.
아마 기업은행 프런트는 이런 선수시절의 이미지와 선수들에게 최대한의 기회를 주는 덕장이었던 감독으로서의 전력만 참고한 것 같다.
하지만, 올드팬인 내게 언뜻 떠오르는 기억 중 하나가, 삼성화재 코치로 생활하던 그는 심판에게 항의하다가 합의판정도 안되자, 경기 중에 네트기둥을 발로 걷어차며 항의하다가 퇴장당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배구 인기는 상당해서 9시 스포츠뉴스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퇴장 소동에 대해서 기자가 묻자, 당시 당사자였던 서남원 코치가 "잘못된 판정에 대해서 항의하다가 퇴장당했기 때문에 잘못한게 없다"라고 결연하게 말하던게 떠오른다.
이토록 화가 나면 한 성격 하는 서남원 감독의 성격을 몰랐기에 아마 프런트는 어떻게든 복귀를 시키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가 했던 모양이다.
3. 짧은 무단이탈 후 복귀 -> 다시 웜업존으로
https://www.chosun.com/sports/sports_photo/2021/11/17/I4SABS5HRWL3SA6NWRTNMSPOYE/
추측이지만, 조송화 선수는 무단이탈 했다가 돌아가면, 다시 유야무야 경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아마 흥국생명 시절에도 그랬을 테고...
하지만, 서남원 감독은 언론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며 무단이탈을 문제삼지 않았지만, 훈련에 불참했던 그녀를 웜업존에 대기시켰고, 경기에 출장시키지 않았다. 선수에 대해 안 좋은 말은 아꼈지만, 훈련불참은 출장불가라는 원칙에 충실했던 감독을 아마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 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바 있다.
고액연봉자이자 스타 세터인 선수였지만, 무단이탈-훈련불참으로 이어진 선수에 대해 출전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자 선수는 다시 반발하고, 다른 선수들까지 동조하면서 이 사태를 만든 것은 아닐까.
4. 한국배구 버스터 콜
https://m.cafe.daum.net/ilovenba/2ljt/95610/comments
관련 댓글 중 가장 인상깊었던 글, 내가 선수시절 팬이었던 서남원이 정말 동료, 후배들에게 존중받고 인정받는 감독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악수거부라는 초유의 사태를 거쳐 서남원 감독과 다른 길을 택했던 김사니 코치가 물러나고, 이제는 흙탕물 싸움만이 남아있다.
5. 앞으로의 진흙탕 싸움 - 결국은 잔여연봉 싸움
들어보니, 배구단 단장을 맡았던 분이 은행장까지 영전하셨다고 한다. 당연히 배구단에 관심도 많고, 선수영입도 신경을 많이 써주셨겠지. 그래서 아마 그렇게 영입된 선수와의 분쟁에 구단 측은 망설이듯 어설프게 대응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오늘 뜬 계약해지 기사를 보면, 이제야 강경대응에 대한 윗선의 재가가 떨어진 모양이다. 이러한 반 공공기관 조직의 특성이 한 번 조직방침이 결정이 되면, 그로 인한 금전적 손해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변호사를 선임한 조송화 선수에 대해 연맹 상벌위가 어떻게 흘러가든 간에 함께 갈 수 없다는 기업은행 입장은 분명해 보인다.
결국 구단 입장에 분명한데도, 조송화 선수가 버티면서 상벌위를 통한 싸움을 이어가는 것은 잔여연봉 때문일 것이다. 특히 기업은행은 서남원 감독과도 잔여연봉 분쟁을 일으켜서 스포츠 섹션을 핫하게 만드는 어설픔을 선보였는데... 이러한 구단은 조송화 선수에게 반 호구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사실 그렇지 않더라도, 일반적으로 계약해지와 같은 사안은 끝까지 소송을 통해 다투면 일방적이지 않은 서로 조금씩 불만인 판결이 나오는 경우도 많고, 무엇보다도 조송화 선수의 연봉은 1년에 2억5천만원이고, 아직 1년이 넘는 계약기간이 남아있다....
조송화 선수 입장에서는 자기가 분란을 일으키기는 했어도, 버텨서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합의하면 몇 천만원 혹은 그 이상의 연봉을 보전할 수 있거나, 아주 작은 가능성일지라도 잔여연봉 100%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지금 물러날 이유가 없을 거다. 그러한 진흙탕 싸움을 두려워할 사람이라면, 애초에 50대의 산전수전 다 겪은 감독에게 훈련 중 대답을 거부하고, 수차례 무단이탈을 반복할 정도의 사고를 치진 않았겠지.
6. 튐슨 vs 조송화 - 불꽃승부
전에 한국여자배구를 조롱했던 팀슨은 구단을 농락하듯이 대하면서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려 했고, 어느 정도는 목적을 이뤘다. 그것도 모자라서 호구인 kovo 리그는 다시 팀슨을 영입해서 (정확히는 도로공사) 큰 돈을 낭비했다. 결국 그녀는 '튐슨'이라는 절묘한 별명을 남기고, 외국인 먹튀선수를 방지하기 위한 세부규정을 대부분 구단이 도입하게 하는 공을 세운 후 사라졌는데.....
이제 조송화 선수가 그 오명을 이어서, 리그를 엉망으로 만든 IBK사태의 아이콘이 되었다. 감독에게는 말하지 않았어도 구단에게 말했으니 무단이탈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녀가 다음 상벌위에서는 어떤 창의적인 방어논리를 제시할지 기대된다.
어차피 이미 벌었던 수억에서 몇 천만원 써서 변호사비 내면 될테니, 그녀에게는 별 일 아니겠지만, 그래도 기업은행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국의 3심제도의 위엄을 보여줬으면 한다.
ps. 이제는 노인이 되버렸다지만, 김호철 감독도 이 막장이 된 국가대표가 즐비한 구단을 호되게 야단쳐줬으면 좋겠다. 젊은 시절에는 팀에 필요치 않은 선수에 대한 트레이드도 적극적이었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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