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 두 선수는 그리스 리그에서 프로배구 선수로서의 경력을 이어가는 모양이다.
한국 여자배구 국대 에이스에서 충격적인 폭로로 한 번에 학교폭력범이 되고, 무적선수가 된 두 선수는 여러 배구팬이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길을 택했다.
여자배구 리그 중 그리스 리그의 위상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간혹 보이는 현역 선수들의 면모를 보면, 쌍둥이 선수가 기량을 유지하는 데에는 차고 넘칠만한 수준인 듯 하다.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은 커녕, 억울함을 호소하는 인터뷰와 선수등록 시도, 피해자에 대한 고소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던 쌍둥이 선수는 이렇게 한국을 떠났고, 배구팬들은 두 선수의 배구경력을 끊어놓지 못한 것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배구협회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욕을 먹고 있는데, 아래 기사를 보고 나니, 문득 협회가 불쌍하고, 협회가 큰 죄를 저지른 것처럼 맹비난하는 기자 논조가 좀 불편하게 느껴졌다.
이재영-다영 에이전시보다 못한 '닭 쫓던 개 신세'된 배구협회 - https://sports.v.daum.net/v/20210923005007039
그래서 가정을 해봤다. 한국배구협회가 국제감각이 엄청나게 뛰어나고, 집행부가 현명한 데다, 협회장 리더십이 대단하였다면,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을 했을까?
1. ITC 발급은 당연히 안 했을 것이다.
2. 국제배구연맹(FIVB)로부터 직접 ITC 발급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예견하고, 이 부분을 언론에 알렸을 것이다.
...... 그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서 국제배구연맹(FIVB)의 ITC 발급을 막았어야 한다? 협회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인지가 일단 의심스럽다. 또한, PAOK 구단이나 두 선수 에이전트의 주장은, 당사자간 주장이 다른 과거의 학교폭력에 의해서 무적 선수의 이적까지 막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물론 도덕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행동임에 마땅하고, 둘의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는 어처구니 없기 짝이 없지만, 국내배구계와 해외배구계의 인식이 달라서, 이적이 승인된 것이 한국배구협회의 책임일까?
언론플레이는 최악이었다. 여자배구에 대한 관심도가 최고조에 이른 지금, 그 분위기를 잘 살려가야할 협회에서 미숙한 대응으로 이적을 막겠다는 자신만만함을 보인 것은 물론 잘못이다. 결과가 장담한 것과 같았으면야 문제가 없었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비난은 어쩔 수 없는 거지. 스스로 한 말과 반대결과가 나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협회가 무능하여, 쌍둥이 선수의 이적이 성사된 것은 아니다. 이적 관련 절차적으로 협회는 할 업무를 했고, (ITC발급 거부) 그럼에도 FIVB는 두 선수의 이적을 승인했다. 이 사실 자체는 너무나 축약된 한 줄이지만, 명확한 사실이고, 협회의 능력 밖의 일이다. 능력 밖의 일로 비난 받는 것은 그 대상이 협회던 개인이던 부당하지 않은가?
마이데일리 이석희 기자가 작성한 기사인데, 물론 그 외 여러 기자들의 논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산업부 국장씩이나 되신 분께서 국제감각이 다소 떨어지는 협회에서 오판에 근거한 보도자료 한 번 냈더니 '닭 쫓던 개 신세'라 협회를 비난하는 것은 좀 그렇지 않나?
물론 에너지경제와 스포츠 전반까지 살펴보시려니 바쁘신데, 바쁘게 일 안 하는것 같은 협회가 한심했겠지만, 맞지 않는 격언까지 인용해가며, 협회를 맹비난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다. 애초에 두 쌍둥이의 해외이적을 '저지'하는 것이 협회가 끝끝내 애써서 해야하는 미션인지 자체가 의문이다.
(*물론 쌍둥이의 해외이적은 반대한다. 하지만 협회 역할은 반성의 기미가 없고 소송중인 당사자들에 대해 이적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국내 배구활동 관련 징계를 하는 것이지. 해외 이적까지 끝끝내 막아내야 하는 책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 보면 협회 등 공공 성격을 지닌 조직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난하면서 사이다 느낌을 주려는 글이 있다. 사실 스포츠 쪽에서는 빈번한 편인데, 정도껏 하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한국 스포츠 관련 협회 대부분이 자립도 어려운 상황이고, 일처리도 제대로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래 책무도 아닌 일로 무능 운운하는 소리를 듣는 것은 좀 그렇지 않나? 냉엄한 비판과 지적 또한 언론의 책무이긴 하나, 눈쌀이 찌푸려지는 선을 넘는 비난은 그냥 만만하니 좀 쎄게 패자... 라는 느낌이다.
이제 어차피 둘은 떠났고, 연봉이 깎이고, 한 명이 후보가 되던 어쨌든 간에 한국 리그에서 볼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둘이 없어도 한국은 올림픽 4강에 올랐고, 그 국가대표팀을 지원한 것은 어쨌든 협회다. 나 혼자 아직 올림픽 여운에 취해는 것일 수 있으나, 난 그냥... 아직은 협회를 칭찬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협회의 미숙한 언론 대응이 이런 맹비난을 자초했으니, 협회 분들도 뭔가 느끼시는게 있긴 하겠지. 다시 이런 이적 사태가 있을까 싶긴 하지만, 앞으로는 좀 더 국제감각을 키워서, 유망한 여자배구 선수들이 해외리그도 경험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도움을 주는 역할을 협회가 해줬으면 좋겠다.
일단.... 라바리니 감독 좀 잡아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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