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덕과 밀덕

이근 대위 의용군 논란 : 꼭 무사귀환하세요!

대동사목 2022. 3. 9. 20:18

이근

 

사실 난 이 사람을 잘 모른다.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보긴 하지만, 인기를 끈 최근 콘텐츠를 찾아볼 만큼 애정을 갖고 있지도 않고, 특히 최근에는 예능에 대한 관심이 많이 식어서, 이 분이 엄청난 스타가 되었다는 가짜 사나이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동년배가 얘기를 하는 걸 듣고 놀랐던 기억은 나고, 지금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어느 방송사였는지도 기억이 나진 않는다. 프로그램 컨셉을 지인에게 듣고는, 결국 방송 콘텐츠 돌고 도는 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 분이 다시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다. 바로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겠다며, 우크라이나로 향한 것인데, 이에 대한 찬반양론이 비교적 뜨거웠던 모양이다.

 

그 찬반양론이 지나가는 와중에도 난 특별히 사람들과 이 분에 대해 얘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는데, 뜬금없이 친구가 톡 대화 중 이 분의 용기에 감동한다는 말을 꺼냈다. 관련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생각이 좀 정리되었는데, 나와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친구가 신기하기도 했고... 이 분의 인기를 다시 실감하게 되기도 했다.

 

생각해 봤던 몇 가지.

 

편하게 이근 대위라 부르자. 이근 대위는 본인이 전쟁에 참여하기 위하여, 우크라이나로 향한다는 사실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SNS 등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알렸는데, 처음에는 신기했다. 군사작전에 참여하겠다는 전직 직업군인(아마도 PMC 생활도 했었던 것 같은데..)이 자신의 목적지와 목표를 공개적으로 밝힌다니....

그러다 우연히 이 대위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의용군으로 참전하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기사를 봤다. 우둔한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의용군 참전이라면 참전의 의미를 선전하고,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하니 이해할만 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국인이 참전해도 될까?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11372&ref=A 

 

이근 “우크라이나 도착”…의용군 참전하면 처벌 받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국민이 러시아와 싸우겠다며 허가 없이 우...

news.kbs.co.kr

 

안 된다. 당연히 지금 우크라이나로 가는 비자는 막혔을 테고, 이 대위는 정부의 외교적 입장에 반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한국의 실정법을 어긴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참전을 선택했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2719126632261352&mediaCodeNo=257&OutLnkChk=Y 

 

'우크라 의용군' 자처한 이근 전 대위…외교부 "형사고발 추진"

이근 전 대위. (사진=유튜브 채널 ‘ROKSEAL’)[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전시 상황인 우크라이나에 국제의용군으로 참여하겠다며 출국한 이근 전 대위에 대해 외교부가 여권법에 따른 행정제재를

www.edaily.co.kr

 

이 대위에게는 다행인 것이, 우크라이나에서 의용군 지위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이제는 다시 우크라이나의 군인이 되었으며, 군사적 행동을 할 지위를 얻었다. 물론 러시아군이 상황에 따라 이 대위를 순수한 우크라이나군으로 볼지, 한국인으로 볼지는 모르겠다. 또한, 말이 우크라이나군이지, 미국 PMC에서 관리하는 조직에 편제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어찌되었든 이제 군사행동을 할 수 있는 지위를 얻은 것은 맞다.

 

그는 돌아온 후에 처벌을 받겠다고 말하고 있다.

 

전직군인답게 실정법을 모른 것 같진 않고, 자신의 행동이 어느 정도 처벌이 되는지도 아는 모양이다. 돌아와서 처벌받겠다는 멋진 말을 했다고 하는데, 사실 이런 말은 이 이 사태(?)(혹은 논란)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그가 알았던 몰랐던 간에 개인적인 책임은 면할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그가 전장에서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경우, 한국정부는 그를 보호해야 하나?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사실상 보호할 방법이 있을까?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국제전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고, 한국 외교력이 당분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서방 국가가 그러하듯이 한국정부가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만약 그가 포로가 된다면, 제발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정부 입장이 참으로 곤란해질 것 같다. 우크라이나군으로 인정받았으니, 한국정부는 그저 유감표시만 하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위험지역에서 납치당한 국민을 구출할 때처럼 어떤 희생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인지?

이제 군인인데, 2007년 샘물교회 피랍사건처럼 되겠느냐는 말도 하지만, 글쎄.. 그렇다고 정부에서 아무런 움직임을 안 할 수는 없을 거고... 정부 입장에서는 참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이 벌어진 것만은 맞다.

이러한 상황예측을 떠나서, 어쨌든 좋은 뜻을 갖고, 이미 위험지역으로 간 한국인이니, 이 대위가 별 탈 없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길 빈다.

 

앞으로도 의용군 참전은 계속될 것인가?

 

이 대위는 거의 연예인이나 다름 없는 인기를 누렸고, 더욱 더 화제가 될 것 같다. 자신의 의용군 참전에 대한 내용을 SNS에 올렸던 점을 보나, 정부에 질의한 적이 없으면서도, 안된다는 답을 받았지만 나는 간다라는 식의 입장을 밝혔던 것을 보면, 그는 추가적 의용군 참여를 독려하는 목적이든, 자신의 참전의 가치를 더 인정받고 싶은 목적이든 간에, 주목받고 싶어하고 있다.

생사를 넘나드는 곳으로 간 그의 용기 자체를 부정하고 싶진 않기에, 이러한 관심을 끄는 듯한 행동을 나쁘게 볼 수는 없다고 본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었던 경험을 나쁘게 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복잡한 지정학적 위치에 다양하고 많은 가상적국을 가진 한국에서 다른 나라 전쟁에 의용군 참여가 허용된다는 것이 어떤 혼란을 초래할지는 잘 모르겠다.

옆 나라 일본도 자국민 의용군 참전 불허방침을 밝혔다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하건데,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이는 지극히 당연하다) 우리 정부도 이런 참전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야 피아인식이 분명한 전쟁이지만, 애매한 제3지대 성격의 전쟁에서, 이러한 참전이 시도다면, 어찌할 것인가??? 참으로 답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만, 어찌되었든 한국 국민의 목숨이 걸린 문제이고, 그것이 전쟁이라는 극단 외교의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참으로 골치아픈 일이다.

 

아무튼 그는 우크라이나 군인이 되었다.

 

현대전은 첨단무기의 전쟁이고, 국제여단이라는 조직화된 의용군 참전이 있었던 스페인내전과 지금 전쟁은 차원이 다르다.

이런 면에서 의용군 참전이 우크라이나전쟁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은 않는다. 다만, 전투기와 탱크 같은 위력은 못보이더라도 의기는 높이 사야하고 영원히 남겠지. 무엇이 어찌되었든 간에 러시아는 먼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일방적인 전쟁을 일으켰으니 말이다.

 

이 근 대위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그가 무사귀환하길 빈다. 물론 그 후에 여권법 위반에 대해서는 일벌백계가 내려지길 바라지만, 생과사는 그 전의 문제.. 그가 살아돌아와서, 그가 불러일으켰던 때아닌 의용군 논란에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선명한 입장을 제시해주길 빈다.

 

꼭 건강하게 돌아오세요. 이 근 대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