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IMF와 쌍용차 위기의 시작
2. 중국자본의 기업인수 그리고 기술 유출
3. 대량해고와 강성노조의 옥쇄투쟁
4. 반짝 성공과 연이은 실패
5. 공적자금과 기업청산 딜레마
6. 한국사회의 어두운 미래
'쌍용차'라는 세 글자는 그 자체로서 상징성이 크다. 4천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린 완성차 업체이자... 해외자본에 잘못 매각되어 풍파를 겪은 기업의 아이콘이기도 하고, 법조계에는 쌍용차 판례를 만들어낸 큰 사건의 장본인이기도 하며, 반노조 정서가 강한 분들께는 강성노조가 회사를 말아먹은 파업으로 기억된다.
물론 티볼리나 다른 차주분들께는 건실하고 좋은 차 메이커로 평가된다.
ㅇ 1997년 IMF외환위기 : IMF와 쌍용차 위기의 시작
쌍용차의 위기는 20년을 넘게 거슬러올라가 1997년 외환위기부터 시작된다. 대우자동차로 매각되었다가, 대우도 위기를 맞으며 기나긴 쌍용차의 위기가 시작된다.
IMF 외환위기에 쓰러진 수많은 기업들이 다 그들 스스로의 잘못과 한계로 그러한 결말을 맞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리고 개별 기업마다 사정 또한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대마불사'가 불변의 진리처럼 통용되던 1997년 한국사회에서 대우, 한보 등 수많은 대기업이 줄줄이 쓰러져나갈때, 건실한 자동차 생산 브랜드였던 쌍용차의 위기도 시작되었고, 그 후의 행보도 모두 한국사회의 비틀거림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ㅇ 2004년 졸속매각 : 대량해고와 강성노조의 옥쇄투쟁
결국 IMF 외환위기 속에 분명하게 규명되지도 않은 여러 거대한 원인 속에 쌍용차는 회생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외국자본인 상하이자동차에 2004년에 매각되었다.
그 당시에 이미 과도할 정도의 우려와 제언이 쏟아졌다.
"중국자본이 자동차 대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맞느냐?"
"더구나 쌍용차의 잠재적 경쟁자이자 후발주자인 상하이자동차가 인수를 하게되면, 기술만 유출되고 회사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게 쏟아지는 우려 속에 주인이 바뀐 쌍용자동차는 몇 년 지나지 않아, 그 모든 우려를 온몸으로 실증해냈고, 회사는 엉망진창이 되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맞이하게 되어, 상황은 이미 자구책으로는 어림도 없을 정도로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ㅇ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 옥쇄투쟁과 33명의 자살
결국 어려워진 회사 상황에 필연적으로 대량 감원을 포함한 구조조정이 뒤따랐고, 그 과정에서 77일간의 옥쇄투쟁이 있었다.
강성노조의 과격한 투쟁을 탓할 수도 있고, 사측의 무리한 구조조정을 탓할 수도 있겠으나, 뭘 어떤 식으로 분석하고 이야기하던 33명의 노조원의 자살은 돌이킬 수 없다.
인구 약50만의 건실한 산업도시인 평택을 뒤흔든 정도가 아니라, 노조의 강성투쟁이 강경진압과 맞부딪혀 파열음을 낼 때, 그 충격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이 이상으로 보여준 사건은 없다.
슬픈 것은 이러한 충격에서 여전히 당사자들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회사 또한 정상화되어 다시 이들을 배려해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00210010002378
여전히 민주노총은 사회의 지탄을 주로 받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큰 상처를 남김 파업을 주도한 책임 또한 벗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아무리 강성노조가 산업현장을 점거하여 공권력 집행을 방해하고,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지탄을 받을만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 할지라도, 부상당한 노조원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진 출입조차 막았던 당시 경찰의 작태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나는 아직도 한국 경찰의 고충과 민주성을 강조하고, 민중의 지팡이처럼 선진적인 운영을 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걸 들을 때마다, 2009년 쌍용차 현장의 의료진 출입을 막고, 발암물질(로 추후에 밝혀진) 최루탄을 퍼부었던 한국경찰의 폭력성이 떠오른다.
ㅇ 2015년 티볼리 대성공 : 반짝반짝 티볼리
아직도 기억한다. 자동차에 대단한 관심이 없는 나조차도 2015년 즈음의 티볼리는 대단했다. 엄청나게 멋지거나, 성능이 좋았다기 보다는 진정한 "가성비" 의 왕자였다.
무난하고 튼튼한데, 싸다.
이러한 이미지와 평가가 자동차 시장에서 얼마나 강력한 지를 쌍용차는 티볼리를 통해서 증명했고, 이 성공을 두고, 한 쪽에서는 노조의 파업만 없었으면 이 회사는 아무 문제 없이 승승장구했을 것이라며, 노 측을 비난했고, 반대쪽에서는 이러한 우량회사의 기술을 중국자본에 헐값에 넘겼다며, 여전히 헐값 매각을 비난했다.
어찌보면 양쪽 다 맞는 말을 하고 있는 가운데, 그러한 세간의 평이 아직 사라지기도 전에.. 회사는 다시 고꾸라졌다.
애초에 기술이 없었다. 티볼리 성공에 취해서, 디자인 특장점을 잃어버렸다 등등..
뭐가 원인이든 간에 회사는 드라마틱하게 몰락했고, 결국 2020년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른다.
ㅇ 2020년 법정관리 : 청산대상 기업 쌍용자동차
뭐가 원인이든 간에 회사는 드라마틱하게 몰락했고, 결국 2020년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른다.
여전히 쌍용차의 존속가치는 청산가치보다 작다. 회계적으로 보면, 쌍용차는 없어져야할 기업에 다름 아니다.
아직 4천명이 넘은 직원을 거느리고 있고, 수많은 협력업체의 주 납품처이며, 수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지만, 사실 이미 청산대상이다.
정부(산업은행)는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 이어서, 인도, 그리고 미국의 기업까지 쌍용차의 주인노릇을 해보겠다며 글로벌한 뉴스거리를 만들더니... 이제는 SM그룹과 에디슨모터스의 2파전이 되는 분위기이다.
https://news.v.daum.net/v/20210911100128379?f=m
어느 쪽이 되는 특별히 관심은 없고, 뭐 내기를 한 것도 아니니... 그저 건실한 주인을 만나 더 이상은 한국사회에 상처를 주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어차피 매각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2004년에 상하이자동차에 졸속매각될 때도, 한국에는 인수할만한 기업이 없었고, 계속해서 주인 없는 상태로 둘 수 없는... 그렇다고 공기업화할수도 없는 사정이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청산가치가 높다고 해도 직원 4000명이 넘고 1~3차 벤더까지 복잡한 공급망을 갖는 완성차기업을 쉽게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불과 몇 년 전에 부실기업 한진해운을 과감하게 청산한 덕분에, 공적자금을 통해 부실기업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에는 충실한 모범을 보였으나, 한국은 세계 7위의 글로벌 기업을 스스로 날린 꼴이 되었고, 이러한 글로벌 해운사를 다시 가질 수 없다는 걸 왠만한 사람은 다 안다.
큰 틀에서 보면 쌍용차도 마찬가지이다. SUV에서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잃은지도 오래... 어찌보면 예전의 영광을 찾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확실한 이미 성장한계에 다다른 한국에서 새로운 완성차 메이커가 생기는 건 불가능하기에.... 청산이라는 결단을 내리는 것은 어려울 거다.
ㅇ 2021년 이후 : 한국사회의 어두운 미래..
한국경제 규모에서, 그리고 명확한 성장한계 속에서... 새로운 제조업 대기업이 생길 수 있을까? 내가 경제통도 아니고, 기업활동에 있어서 가능성은 무한한 것이지만,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면 질문 범위를 좁혀서, 완성차 업계에서 쌍용차 정도 회사가 다시 생길 수 있을까? 이는 명확하게 불가능하다.
이미 레드오션인 자동차 시장에서 외제차와의 경쟁도 격화되고 있고, 자동차라는 산업군에서 전기차 등 혁신의 분기점에 서 있는 지금, 새로운 완성차 메이커라.... 너무나 위험이 큰 도전이기에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쉽고 명확하게 도달한 작은 결론 속에서, 한국사회의 어두운 미래를 본 것 같아 조금은 우울해진다.
지금 가진 것이 참으로 골치아픈 물건인데, 버리자니... 다시는 이 정도 물건을 가지지 못할 것 같아.. 차마 버리지도 못하고...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언제쯤 헬조선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다시금 활력이 넘치고, 도전정신을 가진 기업이 다양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나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그런 시절이 올지.. 아니면 영원히 안 올지는 나도 모르지만,
그래도 쌍용차는 좋은 주인을 만나, 잘 되었으면 좋겠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슬픈 선언적 구호보다는 그 당사자가 되어버린 사람들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역할을 쌍용차 주인이 해줬으면 하기에 말이다.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9276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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