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길을 걷다가 어떤 점포가 문을 닫은 걸 보면, 누군가의 인생을 건 도전이 또 실패했구나 라는 생각을 든다. 나도 주변 사람들의 이런 저런 도전을 지켜봤었고, 그 모든 도전은 실패인 경우가 적지 않았기에... 가게를 열었다가 닫고, 일을 시작했다가 접고.. 이런 이야기를 접하는 것도 아주 드문 일은 아니게 되었다.
잘 아는 지역의 기사가 나왔길래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클릭해서 읽어보았다.
기사 내용은 잘 이해가 되었고, 잘 읽혔다.
인터뷰하신 분들의 답답한 심정도 잘 느껴졌고, 좋은 기억을 가지고 몇 번 들렸던 지역이라 의외로 몰입감 있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72642
다행히 난 고모리 카페촌에 대한 나쁜 기억은 없다.
애초에 비싼 커피를 파는 가게를 들어간 적이 없고, 주차공간이 매우 넉넉한 장점 덕에 차를 대고, 걸어서 오리배를 타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어 돌아오더라도 상쾌한 곳이었다.
상점들이 밀집해가는 것이 느껴지고, 나름 지자체에서도 신경을 쓰는 것이 느껴졌지만, 뭐 큰 기대도 실망도 없었던 그저.. 서울 근처에 갈만한 곳이고, 혹시나 괜찮은 풍경 호수에서 어린 아이와 오리배 타보고 싶다면, 권할만한 그런 곳이다.
그렇게 지인들에게 몇 번이나 추천한 곳으로 기억되어 있기에, 일단 관련 기사의 존재는 반가웠다.
내용은 어느 정도 짐작한 대로 잘 이해가 되었다.
"투썸플레이스를 비롯해, 스타벅스 등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해, 상인들이 어렵다. 상권이 파괴될 수도(?) 있다."
'너무 일방향적으로 나가신것 아닙니까?' 라는 우려를 친절하게 사전차단하듯, 스타벅스 입정을 상권 가치 상승의 계기로서 위기인 동시에 기회로 보는 인터뷰도 잘 삽입되어 있었다.
이래 저래 다양한 방향의 인터뷰를 접하고, 괜찮은 사진들을 보고 나면 남는 감상은... 같은 상권에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 두 점포가 입점하니 상도에 어긋난다라는 건 나름 신선한 주장이네. 라는 정도였다.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수입농산물이 날이 갈수록 대형마트 과일 진열대를 가득 채워갈 때, 대책이 없었던 평생을 과일 농사를 지어왔던 과수원 농민들은 한숨을 쉬었다. 당연히 별 대책도 없었고, 눈치를 봐가며, 가격을 동결해도 과일이 비싸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어야 했다. 결국 도태되기도 하고, 다른 작물로 바꾸기도 하고, 소매 위주로만 전환하기도 한 다양한 과수원 이야기 앞에서... 이 이야기는 좀 진부했다.
좋은 사진과 공들인 취재로 열심히 쓴 기사임은 분명하지만, 이미 성장 한계에 도달해서, 다른 이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 확장할 수 없는 한국사회에서 너무나 진부했다면, 내가 지나친 걸까.
물론 이런 기사를 읽은 덕에, 그래도 나중에 고모리를 방문하게 되면, 스타벅스랑 투썸 말고 다른 좋은 로컬 카페를 찾게되겠지만.. 같은 상권의 동일입점을 운운하기에는 이미 내 주변의 삶이 너무나 격전장이고, 모든 점포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피로하다.
그래도 모두 서울 이야기만 하는 언론에서 지역의 소소하지만 위기이자 기회인 이야기를 기사화 해준 매체와 기자분께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상한 기사가 난무하는 요즘에 그래도 잘 읽었다 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말이다.
(잘 읽었지만 '진부하다'라는 건 분명히 같이 표현될 수 있는.. 어색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믿는다. ㅎ)
빨리 코로나가 좀 가라앉아서 편한 마음으로 고모리로 드라이브 가는 그런 날이 오길 빈다.
ps. 기사 끝까지 읽다보니, '월간포천'에 기고된 글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었다. 지방에 관련된 이런저런 소식을 인터넷언론에서 공유하는 것은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 번 기사를 통해 나름 유의미하구나 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월간포천의 홈페이지는 첫 인상이 그리 따스하지는 않다. ㅎㅎ 궁금하신 분은 한 번 방문해보시길.
앞으로도 이런 저런 지역 현안을 접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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