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바이러스 발견 이호왕 박사, 노벨 의학상 유력후보로 선정 - 조선일보 (chosun.com)
반가운 이름이 기사에 나왔다.
아주 오래 전에 기억하게 된 이름이라, 아직 살아계시구나 라고 생각하고 기사를 열어보니, 올해 93세... 건강해 보이는 사진이 반가웠다.
과학동아의 추억. 어렸을 적에 자식들을 똑똑하게 키우고 싶으셨던 어머니는 과학동아라는 잡지를 정기구독하셨는데, 지금처럼 도서관이 흔하지 않았고, 어린이가 읽을거리가 흘러넘치지 않았던 시절이라, 나름 공부하기 싫거나 시간이 날 때 뒤적거렸던 기억이 있다.
결국 과학을 좋아하게 되지는 않았지만, 이런저런 과학 상식을 갖게 해준 그런 잡지여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데, 거기서 이호왕 교수에 대한 자세한 글을 봤던 기억이 남는다.
1. 한국인으로서 가장 노벨상에 근접한 과학자
한국인 최초로 치사에 이르는 질병의 발병부터 예방백신까지를 모두 밝혀낸 과학자.. 어렸을 때는 이러한 연구를 한 과학자가 의사가 아닌 것도 신기했었다.
세계적으로도 치사에 이르는 질병 바이러스에 대한 원인~백신까지를 모두 한 사람이 연구하여 밝혀내는 경우가 흔치는 않기에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는 정도의 업적이다. 이러한 평은 벌써 2~30년전부터 있었으나, 노벨상을 쉽지 않은 이유도 비교적 명확했다.
이유는 한탄바이러스로 인한 유행성출혈열이 한국, 그 중에서도 중부지역에서만 집중 발병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당연한 터, 엄청난 성과를 냈지만 이러한 연구 외적 부분도 심사에 작용하는 것이 분명한 노벨상 세계라고 기사에서는 안타까움을 담아 설명했던 것 같다.
2. 갑자기 노벨상에 근접 - 1976년 연구인데?
93세인 이호왕 교수는 1976년에 한탄바이러스와 유행성출혈열의 연관성을 밝혀내고, 바이러스를 명명했다고 한다. 한국전쟁 때 사망자들이 보고된 이후, 20여년이 지난 후인데, 이제 그로부터도 50년에 가까운 지난 세월이 지나서야 노벨상 유력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아마도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이겠지. 전세계가 한 바이러스 때문에 공포에 떨고 있는 지금,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를 당시 후진국이었던 한국의 젊은 과학자가 연구하여 백신까지 개발해낸 사례는 어찌보면 지금의 코로나 시국에 작지만 희망을 주는 선례일 수도 있다. 과학적으로도 다른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현재 인류의 당면 관심사가 누가 뭐래도 코로나 바이러스인 것을 생각하면, 과학기술을 통해 인류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최소한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는 살아있는 사례로서, 이호왕 박사도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을 쓰면서 검색해보니, 미국에서도 발견되었다고 하네... 꼭 코로나가 아니라더라도, 인류의 활발한 이동/교류로 인해 해 글로벌해지는 바이러스 확산이 피인용 지수를 높여주는 것이지도 모르겠다.
치사율 40%, 한타바이러스 미시간서 발견 - 미국 애틀랜타 뉴스 Atlanta K
3. 노벨 과학상의 또다른 요건 - 과학자의 장수
전에 직업 특성상 고교생을 모아놓고 설명회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두 가지 질문을 하면서 학생들 관심을 끌어올리곤 했다.
-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가 있을까요?
- 노벨상 수상 요건은 뭐가 있을까요?
첫번째 질문의 답은 당연히 '있다'인데, 의외로 학생들이 아니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벨평화상이 일반적인 노벨상 이미지와 다른 것도 있을 테고, 이제는 학생들이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과 동시대를 살아가지도 않으니 그 감동이 그리 크지도 않을 테니.. 이해도 된다.
두번째 질문은 약간 웃기려는 의도가 깔린 질문인데, 당연히 학생들은 과학적 성과 등 모범답안을 제시했다. 나는 이어서 '장수'라고 답하곤 했다. 노벨상은 사망한 학자에겐 주지 않으며, 학자의 연구성과가 인정받기까지는 매우 긴 시간이 걸리기에 모든 수상자 평균을 내보면 매우 고령이다 라고 설명하면 학생들이 신기해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그리고는 가볍게 '그래서 저는 한국의 모든 과학자 분들이 장수하시길 바랍니다' 하면서 미소짓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곤 했다.
(-> 나름 늘 반응도 좋았고, 팀에서도 동료들이 베껴서 써먹을 정도로 괜찮은 질문이었다.)
https://www.unipres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59
이호왕 교수도 구순이 넘는 연세에도 정정하셔서, 연구성과가 다시 관심을 받는 것까지 지켜보고 계시니, 참으로 다행이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다고 해서, 내 일상이 뭔가 달라질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한국인으로서 꼭 수상하셨으면 좋겠다.
어차피 다들 국뽕, 국뽕 하는데 이왕 취하려면 정말 글로벌-하이-스탠다드인 노벨상으로 국뽕에 취하는 게 좋으니 말이다.
꼭 수상하시고, 관련 보도도 더 많이 나오고,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도 쏟아지고, 영상이나, 영화도 나왔으면...
ps. 기사는 담백하게 잘 쓰여 있었지만, 과학전문기자로서 과학분야만 취재하시는 분이라는데(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왜 올해에 선정되었는지를 뭔가 근거라도 적어줬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연구 스토리 등을 기재해준 좋은 기사이니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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